형이 경찰이면 동생 사건을 같은 경찰서가 수사할까? 경찰 ‘가족 상피제’ 가 생긴 이유와 달라지는 점

“경찰관의 동생이 사건에 연루되면 그 경찰관이 근무하는 경찰서가 그대로 수사하는 걸까?”
“경찰관 본인만 담당 수사에서 빠지면 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왜 형제자매 사건까지 아예 다른 경찰서로 보내는 걸까?”
9월 9일부터 경찰 수사에 새로운 원칙이 하나 적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름은 ‘가족사건 상피제’입니다.
말은 조금 어렵지만 핵심은 간단합니다.
경찰관의 가족이 사건에 관련돼 있다면, 수사의 공정성을 의심받을 가능성 자체를 줄이기 위해 원칙적으로 그 경찰관이 근무했거나 최근 근무했던 경찰관서가 직접 수사하지 않는 제도입니다.
오늘 뉴알남이 왜 이런 제도가 갑자기 생겼는지, 누구까지 가족으로 보는지, 예외는 없는지 차근차근 풀어보겠습니다.
9월 9일부터 무엇이 달라졌을까?

경찰청은 2026년 9월 8일 ‘경찰관 가족 사건 상피제’ 지침을 발표했고, 9월 9일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경찰관의 배우자와 직계 존·비속뿐 아니라 형제자매가 사건관계인인 경우까지 적용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경찰청 · 연합뉴스)
여기서 중요한 건 단순히 해당 경찰관 한 사람만 수사에서 빠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수사관은 사건관계인이 같은 경찰관서에서 근무하고 있거나 최근 3년 안에 근무했던 경찰관의 가족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면 회피 신청을 하고, 시·도경찰청의 지휘를 받아 원칙적으로 같은 법원 관할에 있는 다른 경찰관서로 사건을 보내야 합니다. (연합뉴스 · 뉴시스)
쉽게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A경찰서에 근무하는 경찰관의 동생이 폭행 사건의 피의자가 됐다고 해보겠습니다.
예전처럼 “그 경찰관 본인만 수사에서 빠지면 되겠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 제도에서는 원칙적으로 사건 자체를 다른 경찰서로 넘기는 방식입니다.
바로 이 점이 이번 상피제의 핵심입니다.
그런데 ‘상피제’라는 말은 대체 무슨 뜻일까?
‘상피(相避)’는 쉽게 풀면 이해관계가 얽힌 사람이 서로 피하도록 한다는 뜻입니다.
수사하는 사람과 사건관계인 사이에 가족이나 가까운 인적 관계가 있다면 실제로 특혜를 줬는지 여부와 별개로 “제대로 수사했을까?”라는 의심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문제가 생긴 뒤 부실수사 여부를 따지는 것보다, 애초에 이해충돌 가능성이 있는 구조를 피하자는 취지입니다.
예를 들어 재판에서도 사건 당사자와 특별한 관계가 있는 법관을 사건에서 배제하는 제척·기피·회피 제도가 있습니다.
경찰의 가족사건 상피제 역시 기본 생각은 비슷합니다. 다만 이번 지침은 한 발 더 나아가 담당자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경찰관서로 사건을 보내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부모·자녀뿐 아니라 형제자매까지 들어간 이유는?

처음 정부가 밝힌 상피제 구상은 경찰관의 배우자와 직계 존·비속이 중심이었습니다.
‘직계 존속’은 부모와 조부모처럼 나보다 윗세대로 곧장 이어지는 가족이고, ‘직계 비속’은 자녀와 손자녀처럼 아래 세대로 곧장 이어지는 가족입니다.
그런데 경찰 수사개혁위원회가 지난 8월 제4차 회의에서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형제자매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고, 경찰청이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연합뉴스)
결국 현재 적용 범위는 크게 네 묶음으로 보면 쉽습니다.
배우자, 부모·조부모 등 직계 존속, 자녀·손자녀 등 직계 비속, 그리고 형제자매입니다.
여기서 흔히 오해하기 쉬운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가족이 ‘피의자’일 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가족이 피해자여도 되고, 고소인·고발인·진정인처럼 사건에 다른 형태로 관계돼 있어도 원칙적으로 상피제 대상이 됩니다. (연합뉴스)
즉 “경찰 가족이 잘못했을 때 봐주기 수사를 막기 위한 제도”라고만 이해하면 절반만 맞습니다.
경찰 가족이 피해자인 사건에서 지나치게 적극적인 수사가 이뤄졌다는 의심까지 막자는 취지도 함께 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왜 하필 지금 이런 제도가 생겼을까?

이번 제도를 이해하려면 지난여름 불거진 ‘장윤기 사건’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당시 사건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의 부친이 현직 경찰관이라는 사실과 함께 증거 처리, 수사정보 공유, 부실·봐주기 수사 여부 등을 둘러싼 여러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경찰은 관련 경위를 규명하기 위한 감찰과 수사에 들어갔고, 정부도 경찰 수사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흔들렸다며 후속 쇄신책을 발표했습니다. 아직 개별 의혹은 수사와 조사로 판단해야 할 부분이므로, ‘유착이 확인됐다’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연합뉴스 · 정책브리핑)
이 사건을 계기로 경찰은 전국의 경찰관 가족 관련 사건을 전수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117건이 확인됐고, 이 가운데 44건은 다른 경찰서나 시·도경찰청으로 이관됐습니다. 가족이 피의자 또는 피혐의자인 사건은 45건, 피해자·고소인·고발인·진정인인 사건은 72건이었습니다. (연합뉴스 · 연합뉴스 후속보도)
더 눈에 띄는 것은 숫자 자체보다 경찰관 가족이 사건관계인인 사건을 별도로 파악하고 상시 관리하는 체계가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정부는 7월 16일 경찰 수사 내부비리 근절과 민주적 통제 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가족 사건 상피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고, 경찰청이 세부 지침을 마련해 9월부터 실제 제도로 옮긴 것입니다.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시간 순서대로 놓으면 이렇습니다.
장윤기 사건을 둘러싼 수사 공정성 논란이 커졌고, 경찰 가족사건을 처음으로 대규모 점검해보니 관리 사각지대가 확인됐고, 그 결과 사건이 배당되는 단계부터 이해충돌 가능성을 줄이는 제도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가족 사건이라는 걸 확인하면 실제로 어떻게 처리할까?

절차는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먼저 수사 과정에서 해당 사건관계인이 현재 같은 경찰관서에서 근무하거나 최근 3년 안에 근무했던 경찰관의 가족이라는 사실이 확인되면 수사관이 회피 신청을 합니다.
그다음 시·도경찰청이 사건 이송을 지휘하고, 원칙적으로 같은 법원 관할에 있는 다른 경찰관서가 사건을 맡습니다. (연합뉴스)
왜 굳이 ‘같은 법원 관할’일까요?
경찰서가 달라지더라도 사건을 처리하는 법원·형사사법 관할 체계를 크게 흔들지 않으면서 수사기관만 분리하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서울처럼 한 법원이 여러 경찰서를 관할하는 지역에서는 그 법원 관할 안의 다른 경찰서로 보내는 식입니다.
즉 상피제는 사건을 완전히 다른 지역으로 보내는 제도가 아니라, 기존 형사사법 절차를 최대한 유지하면서 수사 공정성 문제를 줄이려는 절충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연합뉴스)
그럼 긴급체포 중인데도 사건부터 다른 경찰서로 보내야 할까?

아닙니다.
피해자 보호를 위해 수사를 계속 이어갈 필요가 있거나, 긴급체포·현행범 체포 후 구속 절차가 진행되는 등 당장 사건을 다른 경찰서로 넘기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예외적으로 기존 관서가 계속 수사할 수 있습니다. (연합뉴스 · 뉴시스)
다만 “긴급하니까 계속 우리가 하겠다”는 식으로 임의 결정할 수는 없습니다.
시·도경찰청장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이후에도 매달 사건 처리가 적절했는지, 이제는 다른 관서로 이송할 필요가 없는지를 점검받습니다. (연합뉴스)
공정성만 강조하다 피해자 보호나 긴급 수사가 늦어지는 문제를 막기 위해 예외를 둔 것입니다.
다른 경찰서로 보내면 공정성 문제는 완전히 사라질까?

여기서 이번 제도의 현실적인 한계도 짚어봐야 합니다.
사건을 가까운 경찰서로 보내면 편리하지만 인근 경찰서 직원끼리 서로 잘 아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인적 관계를 최대한 끊기 위해 멀리 보내면, 지방에서는 피해자와 참고인이 조사를 받으러 장거리를 이동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연합뉴스)
또 하나는 ‘어떻게 가족 사건이라는 사실을 발견할 것인가’입니다.
개인정보 문제 때문에 모든 사건 접수 때마다 경찰이 사건관계인의 가족관계를 일괄 조회하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경찰관이나 사건관계인의 신고가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밖에 없다는 한계도 지적됩니다. (연합뉴스)
따라서 상피제가 생겼다고 해서 가족이나 지인과 얽힌 수사 공정성 문제가 자동으로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누락된 가족사건을 어떻게 찾아낼지, 가까운 다른 경찰서로 이송했을 때 기존 인맥의 영향을 어떻게 차단할지, 지방의 수사 효율을 어떻게 유지할지가 앞으로의 숙제입니다.
이번 뉴스에서 가장 중요한 건 ‘가족 범위’보다 이것이다
상피제라는 말을 들으면 가장 먼저 “형제자매도 들어가느냐”에 관심이 가기 쉽습니다.
물론 중요한 변화입니다.
하지만 이번 제도의 더 큰 변화는 가족 범위가 아니라 ‘수사하는 사람’만 바꾸는 데서 ‘수사하는 관서’를 바꾸는 방향으로 한 단계 강화됐다는 점입니다.
경찰 가족이 연루됐다는 이유만으로 실제 부실수사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반대로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사건 당사자가 보기에는 “같은 경찰서 동료의 가족 사건인데 정말 공정했을까?”라는 의심을 가질 수 있습니다.
수사에서는 실제 공정성뿐 아니라 공정해 보이는 구조 역시 중요합니다.
이번 상피제는 바로 그 의심이 생길 여지를 사건 배당 단계에서부터 줄여보겠다는 제도입니다.
경찰청은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에 따른 후속 조치와 경찰 수사 통제 강화 방안도 계속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개정 형사소송법의 주요 조항은 2026년 10월 2일 시행을 앞두고 있어 앞으로 경찰 수사에 대한 내부·외부 통제 장치가 어떻게 구체화되는지도 함께 볼 필요가 있습니다. (경찰청 · 국가법령정보센터)
뉴알남 한 줄 정리
경찰 가족사건 상피제는 단순히 “경찰관 본인은 자기 가족을 수사하지 마라”는 제도가 아닙니다.
경찰관의 배우자·직계 존비속·형제자매가 사건에 관련됐을 경우, 그 경찰관이 현재 근무하거나 최근 3년 안에 근무했던 경찰관서가 원칙적으로 사건에서 빠지고 다른 경찰관서가 수사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9월 9일부터 시행됐고, 장윤기 사건을 둘러싼 수사 공정성 논란과 이후 경찰 가족사건 전수조사를 거치면서 제도화됐습니다.
결국 핵심은 하나입니다.
“제 식구 사건을 제대로 수사했느냐”라는 논란이 생긴 뒤 따지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그런 의심을 받을 구조 자체를 줄이겠다는 것입니다.
오늘 뉴알남이 풀어드린 이슈, 이해에 도움이 되셨나요? 🙂
앞으로도 뉴스 속 궁금증을 쉽고 명쾌하게 풀어드리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주요 출처
상피제 시행과 세부 기준
- 경찰청, 「경찰청, 사건처리 공정성 확보를 위한 경찰관 가족 사건 상피제 시행」, 2026년 9월 8일 — 제도 공식 발표 확인. 경찰청 보도자료
- 연합뉴스, 「경찰 상피제 형제·자매까지…’같은 법원 관할서 이송’ 기준 딜레마」, 2026년 9월 8일 — 적용 대상, 최근 3년 근무 관서, 이송 방식, 긴급수사 예외와 현실적 한계 확인. 연합뉴스 기사
- 뉴시스, 「경찰관 형제자매 사건도 다른 경찰서가 수사…’가족 상피제’ 시행」, 2026년 9월 8일 — 형제자매 확대 및 시·도경찰청장 승인·월별 점검 기준 교차확인. 뉴시스 기사
제도가 만들어진 배경
- 정책브리핑·행정안전부, 「경찰관 가족 사건 상피제 도입…’제식구 감싸기’ 근절」, 2026년 7월 16일 — 장윤기 사건 이후 정부가 상피제를 포함한 경찰 수사 통제 강화 방안을 발표한 배경 확인. 정책브리핑
- 연합뉴스, 「장윤기 사건 계기로 ‘경찰관 가족 사건’ 전수조사…117건 확인」, 2026년 7월 28일 — 가족사건 117건 확인 및 44건 이관 내용 확인. 연합뉴스 전수조사 보도
- 연합뉴스, 「경찰가족이 피의자·피혐의자 사건 45건…뒤늦은 상피제 ‘첩첩산중’」, 2026년 8월 9일 — 117건의 사건관계인 유형과 제도 운영상의 과제 확인. 연합뉴스 후속보도
향후 경찰 수사제도 변화
- 국가법령정보센터,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 — 2026년 10월 2일 시행 예정인 개정 형사소송법과 경찰 수사절차 변화의 법적 배경 확인. 국가법령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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