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담합 신고 617건…아파트 단톡방에서 ‘이 가격 밑으론 팔지 마’ 하면 불법일까?

“우리 아파트는 최소 12억원은 받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이 정도 이야기는 아파트 주민 단톡방에서 충분히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 사람이 이렇게 말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12억원 밑으로 내놓은 집은 당장 매물을 거둡시다.”

“싼 가격을 올리는 부동산에는 매물을 맡기지 맙시다.”

라는 말까지 나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주민들이 자기 재산을 비싸게 팔고 싶다고 말하는 것과 법이 금지하는 ‘집값 담합’은 어디에서 갈리는 걸까요?

마침 9월 24일 공개된 국토교통부 자료가 이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습니다.

2022년부터 2026년 8월 말까지 부동산거래질서 교란행위 신고센터에 접수된 집값 담합 관련 신고는 617건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수도권 신고가 483건으로 전체의 78.3%를 차지했습니다. (연합뉴스)

하지만 여기서 먼저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617건이 신고됐다고 해서 617건 모두 불법으로 확정됐다는 뜻은 아닙니다.

아파트 단톡방의 특정 가격 이하 매도 금지 요구와 집값 담합 논란을 표현한 일러스트

그렇다면 도대체 어디까지가 평범한 주민 대화이고, 어디부터 형사처벌까지 가능한 집값 담합이 되는 걸까요?

신고 617건인데 실제 수사의뢰는 왜 94건일까?

집값 담합 신고 617건에서 조사와 시정조치, 수사의뢰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인포그래픽

신고됐다는 것과 불법이 확인됐다는 것은 전혀 다른 단계입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염태영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617건 가운데 중복 접수·취하·보완 미비 등을 제외하고 487건에 대해 조사가 요구됐고, 121건에 시정조치가 이뤄졌습니다. 이 가운데 94건은 수사의뢰 등 조치로 이어졌습니다. (연합뉴스)

지역별 신고는 경기 251건, 서울 205건, 부산 51건, 인천 27건 순이었습니다.

구분 건수·비율
전체 신고 617건
조사 요구 487건
시정조치 121건
수사의뢰 등 조치 94건
수도권 신고 483건, 78.3%
수도권 수사의뢰 등 조치 77건, 81.9%

여기서 ‘수사의뢰’도 곧바로 유죄를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수사기관이 실제 법 위반 여부를 확인해야 하고, 형사처벌 여부 역시 별도의 절차를 거쳐 판단됩니다.

따라서 이번 숫자를 “집값 담합 범죄가 617건 적발됐다”고 받아들이면 정확하지 않습니다.


단톡방에서 “비싸게 팝시다”라고 말하면 바로 불법일까?

집값 담합 판단에 필요한 시세 영향 목적과 중개업무 방해 요건을 설명한 그림

아닙니다. 가격을 이야기했다는 사실만으로 자동으로 집값 담합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 공인중개사법 제33조 제2항은 누구든지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줄 목적’으로 법에 열거된 방법을 이용해 개업공인중개사 등의 업무를 방해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

이 부분은 꽤 중요합니다.

법제처도 2025년 공식 법령해석에서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줄 목적’이 있어야 제33조 제2항의 금지행위가 성립한다고 해석했습니다. 단순히 법에 적힌 행동과 비슷한 일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이 조항을 확대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입니다. 다만 법제처 법령해석은 행정부 내부의 법령 집행 지침으로, 법원의 확정판결과 같은 법적 기속력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법제처)

따라서 단톡방에서

“우리 집은 12억원 정도는 받고 싶다.”

“요즘 이 단지 가격이 너무 싸게 거래되는 것 같다.”

라고 개인적인 의견을 밝히는 것과,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이용해 다른 소유자에게 특정 가격 이하로 중개를 의뢰하지 않도록 유도하거나 특정 중개업소의 업무를 제한하는 것은 구분해서 봐야 합니다.

바로 이 차이가 집값 담합을 이해하는 첫 번째 열쇠입니다.


공인중개사법은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금지할까?

공인중개사법이 금지하는 집값 담합 관련 다섯 가지 행위를 정리한 인포그래픽

법은 생각보다 구체적입니다.

공인중개사법 제33조 제2항에는 다음과 같은 유형이 명시돼 있습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

행동 법에서 문제 삼는 핵심
특정 중개업소 배제 특정 공인중개사에게 중개를 맡기지 말도록 제한·유도
고가 매물 중개업소 밀어주기 높은 가격으로 중개하는 특정 업소에만 매물을 맡기도록 유도
최저가격 설정 “○억원 이하로는 중개 의뢰하지 말자”고 유도
정상적인 광고 방해 정당한 매물 표시·광고를 방해
높은 가격 광고 강요 중개업소에 시세보다 현저하게 높은 가격으로 광고하도록 강요하거나 대가를 제시

예를 들어 단톡방에서

“11억원짜리 매물을 올리는 A부동산에는 앞으로 아무도 매물 맡기지 맙시다.”

라는 식으로 특정 중개업소를 배제하도록 조직적으로 유도한다면 법 조문에 훨씬 가까워집니다.

또

“우리 단지는 12억원 아래로는 누구도 내놓지 맙시다.”

라고 집단적으로 최저가격을 정하고 실제 중개 의뢰를 제한하도록 유도한다면 역시 문제가 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공인중개사법 제33조 제2항은 개인의 희망 매도가격 자체를 금지하는 조항이 아닙니다.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줄 목적으로 법에 열거된 방법을 사용해 개업공인중개사 등의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조항입니다.

따라서 문제는 희망가격을 정했다는 사실만이 아니라, 다른 소유자나 중개업소의 행동까지 제한·유도해 중개업무를 방해했는지에 있습니다.


비슷해 보여도 법적으로는 왜 결과가 달라질까?

아파트 가격 대화와 집값 담합 위험행위를 사례별로 비교한 그림

같은 단톡방 대화라도 무엇을 말했는지보다 실제로 무엇을 하도록 유도했는지가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아래 사례들은 겉으로는 모두 ‘집값 이야기’지만 법적 판단 포인트가 다릅니다.

사례 핵심 판단 포인트
“나는 우리 집을 12억원에 팔겠다” 개인의 희망 매도가격 결정
“최근 옆 동이 11억5천만원에 거래됐다” 실제 거래정보 공유인지 여부
“12억원 밑으로 내놓는 집은 모두 매물을 거둡시다” 특정 가격 이하 중개의뢰 제한 유도 여부
“싼 매물 올리는 A부동산은 이용하지 맙시다” 특정 중개업소 배제 유도 여부
“11억원 매물 광고를 내리지 않으면 항의합시다” 정당한 표시·광고 방해 여부

다만 실제 사건에서는 한 문장만 잘라 판단하지 않습니다.

누가 주도했는지, 여러 사람에게 반복적으로 행동을 요구했는지, 공인중개사에게 실제 압력을 행사했는지, 그리고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주려는 목적이 있었는지 등이 함께 검토될 수 있습니다.

법제처가 이 ‘목적’ 요건을 별도로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법제처)

그래서 “단톡방에서 저런 말을 한 번 했으니 무조건 처벌된다”거나 반대로 “그냥 채팅방에서 한 말이니 아무 문제 없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집값 담합이 적발되면 벌금만 내는 걸까?

아닙니다. 형사처벌 조항이 있습니다.

공인중개사법 제48조는 제33조 제2항 각 호를 위반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

다만 다시 구분해야 합니다.

신고가 들어왔다고 3천만원 벌금이 바로 부과되는 것도 아니고, 수사의뢰가 됐다고 유죄가 확정되는 것도 아닙니다.

이번 통계에서도 617건의 신고 가운데 수사의뢰 등 조치까지 간 사례는 94건이었습니다. (연합뉴스)

신고 → 사실 확인 → 조사·행정조치 또는 수사의뢰 → 수사와 사법절차

라는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우리 아파트에서 이런 일이 있다면 어디에 신고할까?

부동산거래질서교란행위 신고센터의 집값 담합 신고 처리 절차를 설명한 흐름도

집값 담합 등 부동산 거래질서 교란행위는 한국부동산원이 운영하는 부동산거래질서교란행위 신고센터를 통해 신고할 수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 안내에 따르면 일반인 누구나 신고할 수 있으며, 접수된 내용은 신고센터의 확인을 거쳐 관할 등록관청 등에 조사·조치가 요구될 수 있습니다. 이후 필요하면 수사기관에 수사의뢰가 이뤄지고 신고인에게 처리 결과가 통보됩니다. (한국부동산원)

따라서 신고센터는 바로 벌금을 매기는 기관이라기보다 의심되는 거래질서 교란행위를 접수하고 조사·조치로 연결하는 창구에 가깝습니다.

한국부동산원 안내상 신고가 접수되면 신고센터의 확인을 거쳐 등록관청에 조사·조치를 요구할 수 있고, 필요한 경우 수사기관에 수사의뢰가 이어집니다.


그런데 집주인들이 가격을 지키려는 게 왜 문제가 될까?

집을 가진 사람 입장에서는 이런 반문이 나올 수 있습니다.

“내 재산을 싸게 팔지 말자는데 그게 왜 문제지?”

자기 집을 비싸게 팔고 싶은 마음 자체가 문제라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부동산 가격은 매도자와 매수자가 각각 다른 사정을 가진 상태에서 거래가 이뤄지며 형성됩니다.

어떤 집주인은 빨리 이사해야 해서 가격을 낮출 수도 있고, 어떤 집주인은 몇 달을 기다리더라도 더 높은 가격을 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단체가 나서서

“이 가격 아래로 파는 사람은 안 된다.”

“낮은 가격을 중개하는 업소는 배제하자.”

라고 강제하기 시작하면 개별 소유자가 가격을 정하는 것을 넘어 다른 사람의 거래와 중개까지 제한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공인중개사법이 집값 담합을 ‘가격이 높다·낮다’의 문제보다 중개업무를 부당하게 방해하는 행위를 중심으로 규정한 이유를 여기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


뉴알남 한 줄 정리

아파트 주민 단톡방에서 집값을 이야기하거나 자기 집의 희망 매도가격을 정하는 것만으로 곧바로 집값 담합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공인중개사법상 핵심은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줄 목적을 가지고, 특정 가격 이하의 중개를 막거나 특정 공인중개사를 배제하고 정상적인 매물 광고를 방해하는 등 구체적인 행동으로 중개업무를 방해했는지입니다.

2022년부터 2026년 8월 말까지 집값 담합 관련 신고는 617건이었지만, 이를 곧바로 617건의 불법 적발로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조사와 시정조치를 거쳐 수사의뢰 등 조치로 이어진 사례는 94건이었습니다.


집값 담합, 핵심 질문으로 한눈에 정리

Q. 아파트 단톡방에서 “집값을 올려 받자”고 말하면 불법인가요?

그 말만으로 자동으로 불법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공인중개사법 제33조 제2항 적용에는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줄 목적과 법에서 정한 중개업무 방해행위가 함께 문제가 됩니다. (법제처)

Q. “12억원 아래로는 매물을 내놓지 맙시다”라고 하면 어떤가요?

여러 소유자에게 특정 가격 이하로 중개의뢰를 하지 않도록 유도한다면 공인중개사법 제33조 제2항 제3호가 규정한 유형과 직접 연결될 수 있습니다. 실제 위법 여부는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판단됩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

Q. 특정 부동산을 이용하지 말자고 주민들이 정하는 것도 문제가 되나요?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줄 목적으로 특정 개업공인중개사에 대한 중개의뢰를 제한하거나 이를 유도하는 행위는 법이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

Q. 집주인이 자기 집 가격을 높게 정하는 것도 담합인가요?

개별 소유자가 자신의 희망 매도가격을 정하는 것 자체와 여러 사람이 중개업무를 방해해 특정 가격을 강제하는 행위는 구분해서 봐야 합니다.

Q. 집값 담합으로 처벌되면 형량은 얼마나 되나요?

공인중개사법 제33조 제2항 각 호를 위반하면 제48조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습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

Q. 최근 집값 담합 신고는 몇 건인가요?

2022년부터 2026년 8월 말까지 총 617건이 접수됐습니다. 이 가운데 수도권 신고가 483건으로 78.3%였습니다. (연합뉴스)

Q. 617건이 전부 불법으로 적발됐다는 뜻인가요?

아닙니다. 중복·취하·보완 미비 등을 제외해 487건에 조사가 요구됐고 121건에 시정조치가 이뤄졌으며, 그 가운데 94건은 수사의뢰 등 조치로 이어졌습니다. (연합뉴스)

Q. 집값 담합은 어디에 신고할 수 있나요?

한국부동산원의 부동산거래질서교란행위 신고센터를 통해 일반인 누구나 신고할 수 있습니다. 신고센터는 내용을 확인한 뒤 필요한 경우 관할 등록관청의 조사나 수사의뢰 등으로 연결합니다. (한국부동산원)

오늘 뉴알남이 풀어드린 이슈, 이해에 도움이 되셨나요? 🙂
앞으로도 뉴스 속 궁금증을 쉽고 명쾌하게 풀어드리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주요 출처

집값 담합 신고 현황

집값 담합 금지행위·처벌 기준

신고 절차


함께 읽으면 좋은 글

그런데 실제 서울 집값은 지역마다 왜 이렇게 다르게 움직일까?

집값 담합 여부와 별개로 실제 시장가격은 지역별 수요와 대출 여건, 가격대에 따라 서로 다르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최근 강남권과 노원·성북 등 서울 각 지역의 가격 흐름이 엇갈린 이유를 함께 보면 이번 문제를 이해하기가 더 쉽습니다.

강남은 떨어지는데 노원·성북은 오른다? 서울 집값이 거꾸로 움직이는 이유

이런 뉴스도 있어요